이 블로그를 찾는 보험을 모르는 일반인과 실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재보험 보유한도(Retention) 결정 가이드입니다. 재보험 보유한도(Retention)란 출재사가 위험을 재보험사에 넘기지 않고 자기 계정으로 떠안는 최대 손실 한도를 뜻하며, 이 한 줄의 숫자가 회사의 손익, 자본, 그리고 생존을 가릅니다.
💡 한줄요약
완벽한 수학적 정답이 없는 보유(Retention) 결정. 종목별 익스포저부터 가용 자본의 배분까지, 이사회와 경영진의 철학이 담긴 리스크 통제 실무를 해부합니다.
👨💼 35년 현업 경험담: 보유 경정 금액을 둘러싼 현실
재보험 업무를 35년 하다 보면 가장 어려운 순간이 보유(Retention)를 얼마로 가져갈지 결정할 때입니다. 이론적으로는 회사 자본력과 위험 성향을 따져서 계산하면 되지만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제가 초년병 시절 화재보험 포트폴리오 보유를 30억에서 50억으로 올리는 안을 만들었다가 경영진에게 크게 혼난 적이 있습니다. 계산은 맞았습니다. 포트폴리오가 커졌고 손해율도 안정적이었으니 보유를 늘려 재보험료를 아끼는 게 수학적으로는 맞았습니다. 그런데 경영진이 보는 건 단기 손익이었습니다. 보유를 올리면 재보험료는 줄어드는데 대형 사고 하나 터지면 그대로 손실로 잡히니까 관점이 다른 겁니다. 그때 배웠습니다. 보유는 통계가 아니라 철학이라는 것을.
영업 조직과의 마찰도 만만치 않습니다. 마켓 사이클이 하드마켓으로 전환되면 재보험료가 30~40% 오르고 담보 조건도 깐깐해집니다. 그 비용을 원수보험료에 전가해야 하는데 영업에서는 경쟁 때문에 올릴 수 없다고 합니다. 결국 언더라이팅 가이드가 꼬입니다. 지점장은 높은 보유를 원하고, 본사는 낮은 보유를 원하고, 재보험팀은 중간에서 치이죠. 반대로 소프트마켓이 되면 재보험사들이 서로 경쟁하느라 재보험료를 깎아줍니다. 제 업무는 편해집니다. 그런데 그때는 국내 영업 경쟁이 더 심해져서 화재보험 요율이 바닥을 칩니다. 2000년대 중반 강남의 어떤 빌딩은 원가 이하로 계약된 적도 있었습니다. 재보험은 싸게 샀는데 원수보험료가 더 싸게 팔린 겁니다. 보유를 잘못 잡으면 회사가 위험해지고 너무 보수적으로 잡으면 영업이 안 됩니다. 그 균형점을 찾는 게 35년 내내 숙제였습니다. 지금도 매년 10월 갱신 시즌이 되면 이사회 자료 한 장을 두고 밤을 샙니다.
수많은 보험사 실무진과 임원들이 결산기와 갱신(Renewal) 시즌마다 겪는 가장 깊은 고뇌 중 하나는 바로 "우리 회사는 도대체 얼마를 자체 보유(Retention)해야 하는가?"입니다. 외부의 계리 법인이나 학계에서는 정교한 통계 모형(Stochastic Modeling)과 최적화 공식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막상 현업의 경영진 테이블에 앉아보면, 현실은 방정식처럼 딱 떨어지지 않습니다. 보험 종목별 포트폴리오 규모, 개별 계약의 거대한 익스포저(Exposure), 요동치는 과거 및 예정 손해율, 경영진의 손익 목표, 그리고 한정된 가용 자본을 어느 상품에 얼마나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사내 정치까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정답이 없기에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는 원수사의 '적정 보유(Retention) 금액 결정 프레임워크'를 실무적 관점에서 낱낱이 파헤쳐 봅니다.
📑 목차 – 클릭하면 해당 섹션으로 이동 (구글 점프링크)
- 1. 변수의 미로: 보유 한도를 결정하는 실무적 허들
- 2. 핵심 쟁점: 가용 자본의 상품별 배분 (Capital Allocation)
- 3. 재보험 구조(Structure) 설계: 보유의 예술을 완성하는 붓터치
- 4. 보유한도(Retention)란 무엇인가
- 5. 왜 정답이 없을까: 세 가지 트레이드오프
- 6. 보유한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 6가지
- 7. 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보유의 의미
- 8. 자본 배분 관점: 재보험은 자본의 대체재
- 9. 포트폴리오 최적화: 종목별·위험별로 다르게 정하기
- 10. 재보험 시장 사이클과 보유한도 조정
- 11. 가상 사례로 보는 결정 과정
- 12.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거버넌스
- 13. 실무에서 자주 하는 실수
- 결론 및 요약
- 35년 베테랑이 답하는 Q&A
1. 변수의 미로: 보유 한도를 결정하는 실무적 허들
자체 보유액을 결정하는 데 정확한 하나의 기준이 없는 이유는,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서로 상충(Trade-off)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업에서는 주로 다음의 변수들을 저울질합니다. 포트폴리오가 작으면 대수의 법칙이 작동하지 않아 한 건의 대형 사고가 손익을 뒤집습니다. 반대로 포트폴리오가 커도 개별 익스포저가 지나치게 크면 분산이 무의미해집니다. 과거 손해율이 좋았다고 보유를 늘렸다가, 갑자기 경쟁 심화로 예정 손해율이 치솟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는 이미 재보험을 줄여 놓았기 때문에 버퍼가 없습니다.
실무자는 엑셀에 손해율, 프리미엄, PML, 자본비용을 넣고 시뮬레이션을 돌립니다. 하지만 이사회에서 묻는 건 간단합니다. "최악의 경우 얼마를 잃을 수 있나? 주주 배당은 가능한가?" 수학적 최적해와 경영진이 감내할 수 있는 심리적 최적해는 항상 다릅니다. 그래서 보유는 기술이 아니라 정치라는 말이 나옵니다. 아래 표는 현업에서 실제로 저울질하는 핵심 변수들입니다.
| 핵심 고려 변수 | 실무적 딜레마와 판단 기준 |
|---|---|
| 포트폴리오 볼륨 & 개별 익스포저 | 특정 종목(예: 일반재물보험)의 전체 보험료 파이가 작다면 대수의 법칙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 개별 계약의 거대 익스포저(예: 1,000억 원짜리 공장) 한 건의 사고가 전체 손익을 파괴하므로 보유액을 극도로 낮추고 재보험 구조(QS, Surplus)를 활용해야 합니다. |
| 과거 손해율 & 예정 손해율 | 과거 손해율(Experience)이 우량하면 보유액을 늘려 이익을 독식하려 합니다. 하지만 시장 경쟁 격화로 예정 손해율이 악화될 것으로 보이면, 방어적으로 보유액을 줄이고 재보험사에 리스크를 넘겨 실적 변동성을 통제해야 합니다. |
| 경영진의 손익 목표 | 주주 배당과 당기순이익 달성이 시급한 해에는, 공격적으로 보유를 늘려 경과보험료(Earned Premium)를 확보하려는 유인이 커집니다. 단, 이는 테일 리스크(Tail Risk)에 무방비로 노출될 위험을 내포합니다. 영업과 재무, 계리 사이의 줄다리기가 가장 치열한 지점입니다. |
| 재보험 가격 사이클 | 하드마켓에서는 재보험료가 폭등하고 조건이 나빠져 보유를 늘릴 유인이 생기지만, 그만큼 자본 소모가 큽니다. 소프트마켓에서는 싸게 재보험을 살 수 있지만 원수 요율도 함께 무너집니다. |
현대 보험경영, 특히 K-ICS 체제하에서 보유 금액 결정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가용 자본의 배분'입니다. 회사의 전체 자본은 한정되어 있는데, 이를 자동차보험, 장기인보험, 기업성 일반보험 등 어느 포트폴리오에 얼마만큼 쪼개어 줄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자본은 수익을 내는 연료지만, 동시에 규제가 요구하는 안전벨트입니다. K-ICS 비율이 200%를 넘더라도, 특정 종목에 자본을 몰아주면 다른 종목은 자본 부족으로 보유를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매년 사업계획 시즌에 재무팀과 가장 많이 싸웠습니다. 장기 질병보험처럼 RAROC가 높은 종목은 자본 대비 수익률(Return on Risk Adjusted Capital)이 높아 가용 자본을 넉넉히 배분받습니다. 보유를 늘려도 요구자본이 덜 깎입니다. 반면 변동성이 크고 요구자본을 많이 갉아먹는 고위험 재물보험, 해상적하보험은 자본 배분을 최소화당합니다. 자본이 부족한 부서는 필연적으로 자체 보유액을 낮출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은 쿼타쉐어(Quota Share)나 초과손해액 재보험(XOL)을 공격적으로 매입하여, 적은 보유 한도 내에서도 언더라이팅 인수를 지속할 수 있는 재보험 구조를 짜내야 합니다. 자본 배분 회의는 숫자가 아니라 권력입니다. 어느 본부장이 이사회를 설득하느냐에 따라 보유 한도가 결정되는 경우를 숱하게 봤습니다.
| 구분 | 자본 배분 관점에서의 판단 | 재보험 전략 |
|---|---|---|
| 고 RAROC 종목 (장기질병 등) | 자본 효율이 높아 자본을 많이 배분. 보유 확대 → 이익 독식 | Working XOL로 꼬리만 방어 |
| 고변동성 종목 (기업재물, 특종) | 요구자본 소모 큼. 자본 배분 최소화 | QS + Surplus로 볼륨 조절, Cat XL 필수 |
| 규모의 경제 필요 종목 | 당장은 자본 소모지만 미래 성장 위해 유지 | Surplus로 점진적 보유 확대 로드맵 |
3. 재보험 구조(Structure) 설계: 보유의 예술을 완성하는 붓터치
보유 한도를 정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결정된 보유액을 지켜내기 위해 어떠한 형태의 재보험 특약(Treaty) 구조를 씌울 것인지가 실무의 화룡점정입니다. 비례(Proportional)로 볼륨을 맞추다: 인수한 계약의 포트폴리오 자체가 아직 작거나 불확실성이 클 때는 서플러스(Surplus)나 쿼타쉐어(QS)를 통해 거대 익스포저를 잘라내고, 안정적인 보유 풀(Pool)을 형성합니다. 예를 들어 화재보험에서 100억짜리 공장을 인수했는데 우리 보유가 20억이라면, 20억까지는 우리가 보유하고 나머지는 Surplus로 넘기는 구조를 짭니다. 이렇게 하면 큰 건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자본을 지킬 수 있습니다.
비비례(Non-Proportional)로 꼬리를 자르다: 포트폴리오가 충분히 커져 대수의 법칙이 작동하면, 빈도가 높은 소액 사고는 전액 자체 보유하여 재보험료 누수를 막습니다. 대신, 워킹 엑셀(Working XL)이나 캣 엑셀(Cat XL)을 통해 회사의 당기순이익을 위협하는 꼬리 위험(Tail Risk) 상단부만 재보험사에 전가합니다. 이때 자기부담금(Priority)이 곧 보유한도가 됩니다. 10억 초과 50억 XOL을 산다면 우리 보유는 10억인 셈입니다. 구조 설계는 결국 보유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의 문제이며, 이 과정에서 재보험 브로커의 역할과 런던, 버뮤다 마켓의 가격 동향을 읽는 감각이 중요합니다. 같은 10억 초과 구조라도 런던 마켓이 하드해지면 가격이 40% 오릅니다. 그걸 원수 요율에 반영할지, 아니면 보유를 15억으로 올릴지 결정하는 것이 바로 예술의 영역입니다.
| 구분 | 보유의 의미 | 적합한 상황 |
|---|---|---|
| 비례재보험 QS, Surplus | 보험료와 손해액을 비율로 나눔. 보유 = 보유 비율 × 원수 규모 | 포트폴리오 작고, 개별 익스포저 크고, 실적 변동성 커서 안정화 필요 |
| 비비례재보험 XOL | 자기부담금(Priority)까지는 보유, 초과분은 재보험사 부담 | 포트폴리오 크고, 빈도 사고는 감내 가능, 꼬리 위험만 방어 |
4. 보유한도(Retention)란 무엇인가
이 블로그를 처음 찾는 분을 위해 가장 쉽게 정의해 보겠습니다. 보유한도(Retention)는 보험회사가 고객에게 받은 위험 중 재보험사에 넘기지 않고 자기 금고에 남겨두는 한도입니다. 보험회사가 보험을 드는 것, 즉 보험회사의 자기부담금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예를 들어 1,000억짜리 반도체 공장에 화재보험을 들어줬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보험사가 이 위험을 100% 떠안으면 화재 한 번에 회사가 휘청입니다. 그래서 50억까지만 자기 보유로 남기고 나머지 950억은 여러 재보험사에 나눠 파는 것이 재보험입니다. 이때 50억이 보유한도입니다.
보유는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건별 보유(Per Risk)는 하나의 물건, 하나의 계약에 대해 얼마까지 떠안는가입니다. 사고별 보유(Per Event)는 태풍 하나, 지진 하나가 왔을 때 여러 계약에서 발생한 손해를 합쳐서 얼마까지 떠안는가입니다. 연간 누적 보유(Aggregate)는 1년 동안 쌓인 손해 중 얼마까지 떠안는가입니다. 일반인은 건별만 생각하지만 실무자는 세 가지를 동시에 관리합니다. 2022년 태풍 힌남노 때 부산 지역 공장 20곳이 동시에 피해를 입었는데, 건별 보유는 30억으로 잘 관리했지만 사고별 보유(Aggregate)를 200억으로 느슨하게 잡은 회사는 그 한 해에만 200억을 그대로 잃었습니다. 보유는 한 숫자가 아니라 입체적인 그물입니다.
| 구분 | 의미 | 실무 예시 |
|---|---|---|
| Per Risk | 건물 1개, 계약 1건당 보유 | 공장 1개당 50억 보유 |
| Per Event | 태풍 1개당 누적 손해 보유 | 태풍 1개당 150억 보유 |
| Aggregate / Stop Loss | 1년간 쌓인 손해 보유 | 연간 손해율 110% 초과분 보유 |
5. 왜 정답이 없을까: 세 가지 트레이드오프
보유를 둘러싼 논쟁이 끝나지 않는 이유는 세 가지 트레이드오프가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첫째, 비용과 변동성입니다. 보유를 늘리면 재보험료를 아낄 수 있습니다. 재보험사에 주는 100억이 70억으로 줄면 당기 이익은 좋아집니다. 하지만 손실의 변동성은 커집니다. 99%는 이익이지만 1% 확률로 대형 사고가 터지면 한 해 농사를 망칩니다. 보유를 줄이면 반대입니다. 매달 재보험료를 내야 해서 이익은 줄지만, 밤에 편히 잘 수 있습니다. 둘째, 이익과 안정성입니다. 주주는 ROE를 원하고, 규제당국과 신용평가사는 안정성을 원합니다. 두 마리 토끼는 같은 방향이 아닙니다. 보유를 늘리면 ROE는 올라가지만 K-ICS 비율은 떨어집니다. 셋째, 단기와 장기입니다. 올해 손익 목표를 맞추기 위해 보유를 늘리면 올해는 좋습니다. 하지만 5년 뒤 대형 재해가 왔을 때 자본이 잠식되면 장기 가치가 훼손됩니다. 같은 회사도 CEO가 바뀌면 철학이 바뀌어 보유 정책이 180도 뒤집히는 이유입니다.
제가 경험한 가장 극적인 사례는 2011년 태국 대홍수였습니다. 당시 국내 한 손해보험사는 태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공장 30곳을 보유 100억씩으로 인수했습니다. 개별로는 분산된 것 같았지만 사고별 집적(Aggumulation)을 간과했습니다. 홍수 하나로 30곳이 동시에 침수되면서 3,000억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건별 보유는 지켰지만 사고별 보유를 관리하지 못한 대가였습니다. 이후 그 회사는 보유 정책을 전면 개편했습니다. 이처럼 보유의 정답은 과거 사고를 겪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6. 보유한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 6가지
실무에서 보유를 결정할 때는 다음 여섯 가지를 동시에 봅니다. 이 여섯 가지가 하나의 표로 정리되면 이사회 보고가 훨씬 쉬워집니다.
| 핵심 요인 | 체크 포인트 | 보유 상향 vs 하향 신호 |
|---|---|---|
| 1. 위험 선호도 (Risk Appetite) | 이사회가 1년간 감내 가능한 최대 손실액은? (예: 자기자본의 5%) | 선호도가 높으면 보유 ↑, 낮으면 보유 ↓ |
| 2. 자본 규모와 K-ICS | 지급여력 비율,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 여유 | 자본 여유 많으면 보유 ↑, 부족하면 보유 ↓ |
| 3. 손실 변동성과 꼬리위험 | PML, 1-in-200년 손실, 재해 시나리오 | 꼬리가 두꺼우면 보유 ↓, 얇으면 보유 ↑ |
| 4. 재보험 가격과 사이클 | XOL Rate on Line, QS Commission | 재보험 비싸면 보유 ↑, 싸면 보유 ↓ |
| 5. 종목별 특성 | 재물, 특종, 해상, 재해 등 손실 패턴 차이 | 재물·특종은 보유 ↓, 장기·자동차는 보유 ↑ |
| 6. 신용평가·규제·경영 목표 | S&P, AM Best 가이드라인, 당기순이익 목표 | 등급 방어 필요하면 보유 ↓, 이익 필요하면 보유 ↑ |
7. 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보유의 의미
같은 '보유'라는 단어를 써도 재보험 구조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비례재보험(QS, Surplus)에서는 보유가 비율입니다. 70% QS를 유지하면 100억짜리 계약 중 70억은 우리가 보유하고 30억은 재보험사가 가져갑니다. 손해가 10억 나면 우리 몫은 7억입니다. 이 구조는 포트폴리오가 작을 때 유용합니다. 대형 계약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자본을 아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비비례재보험(XOL)에서는 보유가 금액입니다. 50억 초과 200억 XOL이라면 50억까지는 우리가 전액 부담하고, 50억을 넘는 200억까지는 재보험사가 부담합니다. 30억 사고는 우리가 30억 다 내고, 100억 사고는 우리가 50억, 재보험사가 50억을 냅니다.
실무의 묘미는 이 두 구조를 섞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재 포트폴리오가 아직 작다면 먼저 40% QS로 전체 볼륨을 줄이고, 그 위에 20억 초과 XOL을 얹어 꼬리를 자릅니다. 포트폴리오가 커지면 QS를 20%로 줄이거나 없애고 XOL의 자기부담금만 30억으로 올립니다. 구조가 바뀌면 보유의 의미도 바뀌고, 재보험료 구조도 바뀝니다. QS는 원수보험료에 비례해 수수료를 돌려받지만, XOL은 Rate on Line으로 고정 보험료를 냅니다. 어느 구조가 자본 효율이 높은지는 K-ICS 요구자본 절감 효과와 재보험료, 그리고 신용위험까지 함께 봐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재보험팀은 계리팀, 재무팀, 리스크팀과 매일 같이 회의를 합니다.
8. 자본 배분 관점: 재보험은 자본의 대체재
K-ICS 시대에 재보험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과거에는 재보험이 단순히 위험을 나누는 수단이었지만, 지금은 자본의 대체재입니다. 재보험을 많이 쓰면 요구자본(Required Capital)이 줄어듭니다. 요구자본이 줄면 가용자본 대비 비율, 즉 K-ICS 비율이 올라갑니다. 반대로 재보험을 적게 쓰면 재보험료는 아끼지만 요구자본이 그대로 남아 자본 효율이 떨어집니다. 마치 은행 대출을 받아 자본을 확충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입니다. 다만 재보험에는 거래상대방 위험(Counterparty Risk)이라는 비용이 따릅니다. 재보험사가 부도나면 재보험금을 못 받습니다. 그래서 S&P A+ 이상 재보험사에 분산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담보(Collateral) 요구도 생깁니다.
자본비용 대비 재보험료를 비교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자기자본 비용이 연 12%인데 재보험으로 요구자본을 100억 줄이는 데 재보험료 8억이 든다면, 재보험이 더 쌉니다. 반대로 자본비용이 8%인데 재보험료가 15억이라면 자본을 더 쌓는 게 낫습니다. 이 계산을 RAROC 관점에서 하면 종목별 자본 배분의 우선순위가 정해집니다. 장기보험처럼 자본 대비 이익이 높은 곳에는 자본을 많이 주고 보유를 높이고, 재물보험처럼 변동성이 커서 자본을 많이 먹는 곳에는 재보험을 많이 써서 요구자본을 줄이는 것이 전체 ROE를 높이는 길입니다. 결국 보유 결정은 재무 전략입니다.
9. 포트폴리오 최적화: 종목별·위험별로 다르게 정하기
모든 종목에 같은 보유한도를 쓰는 회사는 없습니다. 포트폴리오 최적화는 보유를 차등 설정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화재보험은 30억, 특종보험은 20억, 해상적하는 15억처럼 종목별 손해 분포와 상관관계를 보고 다르게 잡습니다. 상관관계가 중요합니다. 화재와 지진은 상관관계가 높습니다. 지진이 나면 화재도 같이 납니다. 따라서 두 종목의 보유를 합산한 집적 리스크를 봐야 합니다. 반대로 자동차보험과 화재보험은 상관관계가 낮아 분산 효과가 있습니다. 재해 시뮬레이션(CAT Modeling) 결과 1-in-100년 손실이 500억인데 우리 자본이 3,000억이라면 보유를 100억으로 잡아도 감내 가능합니다. 하지만 1-in-200년 손실이 2,000억이라면 보유를 50억으로 낮추고 Cat XL을 두껍게 사야 합니다.
효율적 프런티어(Efficient Frontier) 개념을 빌려오면 이해가 쉽습니다. X축을 변동성(최악 시나리오 손실), Y축을 기대 이익으로 놓고 보유 수준을 20억, 50억, 80억으로 바꿔가며 점을 찍으면 곡선이 그려집니다. 곡선 위에 있는 보유 수준이 효율적입니다. 같은 변동성에서 더 많은 이익을 주거나, 같은 이익에서 더 적은 변동성을 주는 지점이 최적점입니다. 이 분석을 위해 손해 분포 분석(Loss Distribution), 재해 모델링, 자본 모델을 돌립니다. 물론 모델은 모델일 뿐, 최종 결정은 경영진의 Risk Appetite가 합니다. 모델이 80억이 최적이라고 해도 이사회가 50억 이상은 잠을 못 잔다고 하면 50억이 정답입니다.
10. 재보험 시장 사이클과 보유한도 조정
재보험 시장은 7~10년 주기로 하드마켓과 소프트마켓을 오갑니다. 하드마켓에서는 대형 재해가 터진 뒤 재보험사들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요율을 30~50% 올리고 담보 조건을 깐깐하게 합니다. 이때 원수사는 재보험료 부담 때문에 보유를 늘리는 유인이 생깁니다. "차라리 우리가 더 떠안자"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하드마켓은 대개 원수 시장도 하드해지는 시기라 자본이 부족해집니다. 보유를 늘리고 싶어도 자본이 발목을 잡습니다.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2023년 하드마켓이었습니다. 1월 1일 갱신 때 런던 브로커가 Cat XL 가격이 40% 올랐다고 통보했을 때, CFO는 "보유를 2배로 올려서 재보험료를 아껴라"고 했고, CRO는 "자본이 부족하니 보유를 줄이라"고 했습니다. 두 분을 한 방에 모시고 3시간을 설득했던 기억이 납니다.
반대로 소프트마켓에서는 재보험사들이 경쟁하느라 요율을 깎아줍니다. 제 업무는 편해집니다. 10개 재보험사에 견적을 넣으면 8개가 들어옵니다. 이때는 보유를 줄이는 것이 유리해 보입니다. 싸게 재보험을 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때는 국내 원수 영업 경쟁이 더 심해져서 화재보험 요율이 바닥을 칩니다. 재보험은 싸게 샀는데 원수보험료가 더 싸게 팔리는 역마진이 생깁니다. 2000년대 중반 소프트마켓 때는 강남 대형 빌딩 화재보험이 원가 이하로 계약된 적이 있었습니다. 영업에서는 "재보험 싸게 샀으니 원가 이하라도 가져오자"고 했고, 재보험팀은 "그렇게 하면 손해율이 망가진다"고 했습니다. 결국 보유를 잘못 잡으면 회사가 위험해지고 너무 보수적으로 잡으면 영업이 안 되는 딜레마는 사이클이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11. 가상 사례로 보는 결정 과정 – 가상 예시
* 아래 수치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 예시이며 특정 회사의 실제 수치가 아닙니다.
가상의 소형 손해보험사 A사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자본 2,000억, 화재 포트폴리오 보험료 300억, 평균 계약 규모 80억, PML 500억. 보유를 세 가지로 가정했을 때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표로 비교했습니다.
| 시나리오 | 보유 20억 (보수적) | 보유 50억 (중립) | 보유 80억 (공격적) |
|---|---|---|---|
| 연간 재보험료 | 45억 (보험료의 15%) | 30억 (10%) | 18억 (6%) |
| 기대 이익 (손해율 65% 가정) | 60억 | 75억 | 87억 |
| 최악 시나리오 손실 (1-in-100) | -20억 (감내 가능) | -50억 (주의) | -80억 (자본의 4%) |
| K-ICS 영향 | 요구자본 ↓, 비율 ↑ | 중립 | 요구자본 ↑, 비율 ↓ |
표에서 보듯이 보유를 올릴수록 이익은 커지지만 최악 손실도 커집니다. 이사회가 자본의 3%까지는 감내하겠다고 하면 보유 50억이 한계가 됩니다. 만약 이익 목표가 절박하면 80억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그 경우 Cat XL을 50억 초과로 두껍게 사서 꼬리를 방어해야 합니다. 결국 숫자는 판단의 재료일 뿐, 결정은 Risk Appetite와 자본 배분 철학이 합니다.
12.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거버넌스
보유 결정은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프로세스로 35년을 운영했습니다.
✅ 보유 한도 결정 체크리스트
- 데이터 분석: 최근 5년 손해율, PML, 익스포저 커브, CAT 모델 결과 정리
- 시나리오 검토: 보유 20/50/80억 시 재보험료, 기대손실, 최악 손실, K-ICS 영향 비교표 작성
- 자본 배분 협의: 재무팀과 종목별 RAROC 기반 자본 배분안 조율
- 영업 영향 검토: 보유 변경 시 인수 가능한 계약 규모 변화, 영업 조직 의견 청취
- 재보험 시장 점검: London, Bermuda, Singapore 마켓의 가격 동향, 브로커 견적
- 위험관리위원회 상정: CRO, CFO와 사전 조율 후 위원회 보고
- 이사회 승인: Risk Appetite 내에서 최종 보유 한도 승인
- 사후 모니터링: 분기별 손해율 추적, 연간 1회 보유 적정성 재검토, 중대 사고 시 수시 재검토
13. 실무에서 자주 하는 실수
35년 동안 제가 직접 했거나 옆에서 본 실수들입니다. 이 다섯 가지만 피해도 보유 결정의 절반은 성공합니다.
- 재보험료 절감만 보고 정하기: 재보험료 10억 아끼려다 대형 사고로 100억 날린 사례가 부지기수입니다. 비용만 보지 말고 꼬리 위험을 함께 봐야 합니다.
- 꼬리위험 과소평가: 최근 3년 손해율이 좋았다고 10년 만의 대형 사고 가능성을 무시합니다. CAT 모델의 1-in-200년 수치는 반드시 봐야 합니다.
- 누적 위험 무시: 건별 보유는 잘 관리하는데 사고별 집적(Per Event, Zone Accumulation)을 놓칩니다. 동일 산업단지, 동일 수계에 물건이 몰려 있는지 지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 시장 사이클에 끌려다니기: 하드마켓 때 보유를 무작정 올리고 소프트마켓 때 무작정 내리면 회사의 일관성이 무너집니다. 사이클은 참고하되 Risk Appetite를 중심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 재보험사 신용 분산 소홀: 한 재보험사에 50% 이상 몰아주면 그 재보험사가 흔들릴 때 우리도 같이 흔들립니다. 최소 4~5개사에 분산하고 S&P A 이상만 사용해야 합니다.
결론 및 요약
핵심 요약
- 보유(Retention)는 통계가 아니라 자본 배분과 Risk Appetite가 반영된 경영 철학이며, 종목별·사고별·연간 누적 세 축으로 관리해야 한다.
- 비례재보험으로 볼륨을 맞추고 비비례(XOL)로 꼬리를 자르는 구조 설계가 보유의 완성도를 결정하며, K-ICS에서 재보험은 자본의 대체재다.
- 하드·소프트 사이클에 흔들리지 말고 데이터·시나리오·거버넌스 프로세스를 통해 연 1회 재검토하되, 최악 손실이 자본 대비 감내 가능한 수준인지가 최종 기준이다.
엑셀 시트 위의 예정 손해율과 시뮬레이션 결과값은 하나의 이정표일 뿐입니다. 급변하는 하드 마켓(Hard Market) 속에서 회사의 가용 자본을 냉정하게 배분하고, 포트폴리오의 과거와 미래를 꿰뚫어 보며, 최종적으로 이사회 테이블 위에서 최적의 보유(Retention) 결정을 내리는 것. 그것은 오직 수많은 사고와 사이클을 몸소 겪어낸 실무진의 오랜 '경험(Experience)'과 흔들림 없는 '철학'만이 완성할 수 있는 언더라이팅의 최고 예술입니다. 정답은 없지만 과정은 있습니다. 그 과정을 문서화하고 이사회와 공유하는 회사가 오래 살아남습니다.
35년 베테랑이 답하는 Q&A
Q1. 보유한도와 자기부담금은 같은 개념인가요?
유사하지만 구조에 따라 표현이 다릅니다. 비례재보험(QS, Surplus)에서는 보유가 비율로 표현됩니다. 70% 보유라면 100억 계약 중 70억을 우리가 가집니다. 비비례재보험(XOL)에서는 보유가 자기부담금(Priority)으로 표현됩니다. 50억 초과 XOL이라면 50억까지는 우리가 부담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우리 이번 화재 XOL Priority는 30억이다"라고 말하고, QS에서는 "보유 60% 유지한다"고 말합니다. 둘 다 "우리가 떠안는 최대치"라는 본질은 같습니다.
Q2. 소형 보험사는 보유한도를 낮추는 것이 항상 유리한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소형사는 포트폴리오가 작아 대수의 법칙이 약하므로 보수적으로 낮추는 것이 안정성 측면에서는 유리합니다. 하지만 보유를 너무 낮추면 원수보험료의 대부분을 재보험료로 내야 해서 이익을 남기기 어렵습니다. 100억 보험료를 받아 60억을 재보험료로 내면 40억만 남는데 거기서 사업비를 빼면 남는 게 없습니다. 그래서 소형사일수록 Surplus 구조를 통해 대형 계약은 재보험으로 넘기되, 중소형 계약은 보유를 높여 이익을 남기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자본이 부족하면 보유를 낮출 수밖에 없지만, 그 경우 QS Commission을 높게 받아 사업비를 보전하는 협상이 중요합니다.
Q3. 보유한도는 얼마나 자주 바꾸나요?
원칙은 연 1회, 1월 1일 갱신 시즌에 재검토합니다. 재보험 특약 자체가 1년 단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형 사고가 발생했거나, 자본이 크게 늘거나 줄었거나, 하드마켓으로 재보험 가격이 급등했거나, 신규 종목에 진출하는 등 중대 이벤트가 있으면 수시로 재검토합니다. 저희 회사는 분기별 손해율 모니터링을 통해 보유 적정성을 체크하고, 반기마다 Risk Appetite 대비 소진율을 봅니다. 예를 들어 연간 최대 감내 손실 100억 중 상반기에 이미 70억을 썼다면 하반기에는 보유를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식입니다.
Q4. 재보험을 많이 쓰면 수익이 줄어드나요?
단기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재보험료가 비용이니까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수익을 지키는 역할을 합니다. 대형 사고 한 번으로 5년 치 이익이 날아가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K-ICS 체제에서는 재보험이 요구자본을 줄여줘서 자본 효율을 높입니다. 재보험료 10억을 내고 요구자본 100억을 줄이면, 그 100억 자본으로 다른 고수익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재보험을 비용이 아니라 자본 조달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중요합니다. 다만 재보험사 신용위험과 재보험료 대비 효과를 항상 비교해야 합니다.
English Summary
출처 및 참고
- 보험업법, K-ICS 해설서 (금융감독원) – 지급여력제도 및 요구자본 산출 기준
- IFRS 17 보험계약 – 재보험 보유 계약의 측정 및 표시
- IAIS – Insurance Core Principles on Reinsurance and Risk Transfer
- Swiss Re, Munich Re Sigma Reports – Global Reinsurance Market Cycle Analysis (공개 보고서)
- 본문 내 수치 및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 예시이며 특정 회사 자료가 아님
법률 근거 및 제도 고지
K-ICS(신지급여력제도)는 보험업법 및 금융감독원 감독규정에 근거하여 보험회사의 가용자본과 요구자본을 측정합니다. 재보험 출재는 요구자본 경감 효과가 있으나, 거래상대방 신용위험 및 담보 요건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IFRS17에서는 재보험 보유 계약을 별도 자산으로 측정하며 원수보험계약과 구분 표시합니다. 제도 기준은 발행 시점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Compliance Note / 면책 문구
이 글은 일반 교육 목적이며 개인 견해로 특정 회사의 입장이나 투자·보험 상품 권유가 아닙니다. 사례는 가상 또는 공개 자료 기반이며, 재직 중이거나 과거 소속 회사의 내부 자료, 미공개 수치, 거래처 정보를 포함하지 않습니다. 보험 및 재보험 결정은 각 회사의 위험관리위원회와 이사회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 작성자: 귀염이아빠
보험 및 재보험 업계 35년 이상의 실무 경험과 런던/글로벌 마켓에서의 치열한 협상 통찰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화재·특종·해상·재해성 위험의 보유 경정 및 XOL, Surplus, QS 구조 설계를 담당했으며, K-ICS 도입 전후 자본 배분 프레임워크 구축을 리드했습니다. 문의: leejhpp@gmail.com


